● 민물장어에 대한 <영화, 소설, 그림, 노래>

영화보기  제50회 깐느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품



영화映画 우나기うなぎ(민물장어)鰻魚, the eel




■ 잔잔한 한편의 동화 같은 영화

이 영화는 인간 생활을 조용하게 표현을 했다자신의 마음을 닫고 민물장어에게만 말을 거는 한 남자는 인간들끼리의 커뮤니케이션을 단절하고 마음을 열어주지 않는다. 이러한 인물이 한 여자를 만나고 마음을 열고 자신의 존재를 다시 인식하게 되는 과정을 조용히 그려내고 있다부인을 살해하고 형무소에서 가석방된 인물의 이야기이다.


제분회사에 다니는 평범한 회사원인 주인공은 주말에 바다낚시를 다니는 게 유일한 낙이다그러나 밤낚시를 떠나는 밤마다 아내가 다른 남자를 끌어들인다는 투서를 받은 주말그는 평소보다 일찍 낚싯대를 걷고 귀가했다가 아내의 불륜 현장을 목격하고 격분한 그는 부엌에 있던 식도를 들고 아내를 살해한다사건 직후 곧바로 제 발로 경찰서를 찾아가 자수한다.


8년간의 수형생활을 하고 모범수로 가석방으로 출옥한다그의 소지품은 그가 노역 중에 잡았던 민물장어 한 마리그의 후견인은 사찰을 운영하는 주지스님이다그는 스님에게 부탁하여 변두리 강가의 빈집을 얻어 개과천선 새 삶을 위해 이발소를 차린다 
마을사람들이 호기심을 갖고 찾아오지만사람들과의 소통을 꺼리는 그에게 유일한 말벗은 교도소에서 키운 민물장어와 늘 대화를 한다믿었던 아내에게 배신당했던 터라 사람보다는 민물장어와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인생이란 것이 다 그런 거야 ..." 하는 어른들 말씀이 있다부인을 죽인 주인공은 결국 질투라는 욕망에 사로잡혀 어긋났고여자의 돈을 밝힌 인간의 추함도 보기 싫게 나왔고출소 후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한다며 남 탓 만 하는 인간의 불쌍한 모습도 모두 마지막 장면에서 해결이 된다.

주인공은 큰 욕심을 바라지 않는다어떠한 굳은 약속을 하는 것도 아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모습이 오히려 인생에서 최선을 다하고 살아 갈려는 모습으로 비쳐지는 것은 왜일까민물장어 이야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영화 민물장어(1997)’는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탈 정도로 좋은 평가를 받은 작품이지만 영화는 소박하다.



■ 인간과 민물장어의 지난(至難)한 삶

"민물장어는 5-7년 동안 강에서 살다가 성어가 되면 몇 개월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고 6개월-1년여에 걸쳐 헤엄을 쳐서 자기가 태어났던 고향인 적도 부근의 깊은 바다까지 헤엄쳐 가 암컷 한 마리가 수백만~천만 이상의 알을 낳고암컷 뒤를 따라 먼 장정을 떠난 수컷도 거기서 암컷이 낳은 알 위에 사정을 하고 죽는다한번의 수정을 위해 3000-6000km를 암컷을 따라 가는 수컷 장어들 운명도 퍽이나 기구하다적도부근에서 새로 태어난 장어들은 누구 새끼인 줄은 몰라도 자신을 낳아준 어미가 살던 고향의 강으로 다시 돌아 온다이 과정에서 새끼 때 거의 천적에게 잡아 먹히고 살아남은 장어만 다시 강으로 거슬러 올라온다."


사람이나 민물장어나 그런 지난(至難)한 과정을 거치면서 생존하고 성장한다상당히 반복되고 무의미한 것일 수도 있지만 인생이란 이렇듯 반복되면서도 스스로 거부할 수 없는 것이라면 그 안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 나가야 하고 희망찬 앞날을 내다 본다는 교훈을 주고, 인간적인 따뜻함이 딤겨있는, 인간은 혼자 살아 갈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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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물장어 스튜 - 그림, 소설

■ 사랑은 삶의 고귀한 동력이기에 틀림없다하지만 가끔 그 사랑의 상처로 인해 지옥과도 같은 세월을 품고 살아야만 할 때가 있다그것은 세월의 흐름에 묻혀버리기도 하지만 일상의 삶에서 견디기 힘든 아픔으로 되살아나기도 한다그 삶의 상처에서 은연중 표현되는 숨은 파괴욕과 집착그 애증의 치열한 투쟁은 어릴 적 바닷가 모래사장에서 짓던 두꺼비집처럼 늘 불안과 공허함에 쫒기는 마음과 같다.

■ <민물장어 스튜피카소의 제일 마지막 화보에 실린 그림 이름이다피카소가 제일 마지막으로 사랑했던 여인 쟈끌린이 만드는 요리라고 설명되어 있고 피카소의 여타 유명한 그림들 보다는 한없이 초라하고 지극히 평면적인 그림이다.

20세기 최고의 화가 파블로 피카소의 마지막 여인이었던 자클린은 피카소를 위해 종종 장어로 스튜를 끓였다. ‘민물장어 스튜라는 그림으로 고마운 마음을 표현한 피카소는 그녀의 내조를 받으며 90세가 넘도록 예술활동을 계속할 수 있었다.
웬지 쓸쓸한 감동을 주는 그림이라고 표현을 했다. (쓸쓸한 감동.참 적절한 표현정열적이었던 만큼 많은 여자를 사랑했던 피카소.그가 노년에 그린 그림 <민물장어 스튜>. 이 사실 하나로 이미 하나의 상징이 형성된다.

<민물장어 스튜>. 그것은 정열적인 삶을 살다간 노년 피카소의 또 다른 모습일 것이다화보의 끝장..마지막 여인 쟈끌린스튜..그리고 살아 꿈틀거리는 민물장어 요리와 피카소의 삶은 이 소 설 '민물장어 스튜' 밑바탕에 깔린 배경그림이다.

그 처절한 생명에의 의지와 경외스러움동물원을 탈출한 원숭이의 실종그 속박에 대한 자유의지치매에 걸린 후에야 첫사랑의 약속을 부르짖는 어머니의 묘사는 이 소설의 다양한 덧그림인 것이다.

이 모든 것의 조화 속에 민물장어 스튜의 요리는 완성되고 그 완성된 민물장어 스튜의 맛은 우리가 느끼는 감정인 것이다.


그 공허함에서 막연히 도피만을 꿈꾸고자 한다면 우리 삶에 해답은 없다삶에서 추구하는 모든 것들은 마치 손에서 미끌어져 나가는 민물장어와 같은 것삶도 사랑도 어쩌면 긴 인내의 싸움일테니까.
우리의 삶에 깃든 비극적 실존의 뜨거운 모습을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 준 소설. <민물장어 스튜>의 그녀가 과거 속의 환상과 조금은 비현실의 몽환에 기대어 사는 촛불이 어울리는 여인,삶은 뜨겁게 달궈진 양철지붕 위에서 추는 잔인한 인내의 슬픈 무도.

그 슬픈 춤을 추는 상황에서도 우리는 그 어느 누구도 주어진 숙명을 쉬 박차고 나올 순 없다.. 그렇다면 남는 것은 인내의 형식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질문인 것이다신이 준 마지막 시간까지 타오르는 삶의 열정과 실존에의 의지를 보여줄 수만 있다면

청춘의 긴 강을 지나온 우리의 삶이제 격정의 불꽃을 태울 시간은 지나가버린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한다저 민물장어 스튜를 만들 때처럼 은근하고 고요한 화력이 필요할 때라는..그만큼 나이가 들었다는 뜻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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