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물장어 한살이, 산란과 회유여정 3,000 km

 



민물장어의 심해여행, 사랑과 죽음을 위해

민물에서 7년 성숙하면 적도 부근으로 3000㎞ 여행
알에서 깬 댓잎뱀장어(치어 전 단계해류 바꿔 타고 다시 민물로 돌아와...

■ 민물장어의 비밀

민물장어(長魚)는 긴 물고기란 말이다영어권에서는 '(eel)'이라고 부르는데원주민이 장어를 부르는 이름을 그대로   쓴 것이라고 한다일본에서는 '우나기(ウトギ)'라 부른다이름의 유래에 대해서는 정설이 없으나 뱀처럼 구불거리며 기어간다는 것을 우네루(ウネル)라 하므로 그 말이 변하여 우나기로 되었다고 한다중국에서는 만리(鰻驪), 바이산()으로 부른다.
■ 민물장어의 한살이의 미스테리

민물장어는 연어와 반대로 민물에서 5-7년 자라다가 산란을 할 때가 되면 깊은 바다로 회유하는데바닷물에 적응하기 위하여 2~3개월 동안 강어귀에 머물다가 산란을 하기 위해 적도부근의 바다로 이동한다이와 같이 성어기 대부분을 민물에 살기 때문에 흔히 ‘민물장어라 부른다.

민물장어와 같이 바닷물과 민물을 왕래하는 왕복성 어류 환경 변화에 적응해야 살 수 있다김장 김치 담글 때 배추 숨을 죽이기 위해 소금물에 절이면 그 생생하던 배추가 축 늘어지는 것과 같이 해수와 담수간에는 소금기인 염분이 다르기 때문이다그러나 이와 같은 상황을 민물장어는 다행히 삼투압 조절이라는 생리적응을 통해 이겨낸다
민물장어의 한살이

■ 하천이나 강에서 자란 민물장어는 자신이 태어났던 먼 바다의 산란장을 어떻게 찾아갈까? ‘망망대해에 무슨 이정표가 있을 리 없고 오로지 감각과 본능을 내비게이션 삼아 헤엄쳐야 한다고 하지만이는 과학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설명은 아니다.

이제까지 민물장어는 심해의 바닥을 따라가는 줄 알았으나최근 뱀장어에 무선 추적기를 달고 인공위성으로 추적한 결과낮에는 천적을 피해 수심 500~900m의 깊은 곳을 헤엄치다 해가 지면 100~300m 수심의 비교적 얕은 곳으로 이동하는 것이 밝혀졌다그렇지만 약 3000㎞ 떨어진 산란장을 어떻게 찾아가는지구체적인 이동경로는 아무도 모른 채 숙제로 남겨져 있다.

이동하는 6개월 동안 민물장어는 아무것도 먹지 않기 때문에 위와 장은 퇴화해 거의 보이지 않고 그 빈자리를 생식소가 채우고 있다

산란할 때가 되면 암컷 뱀장어는 눈에 띄게 부푼 배를 하고 있고 수컷은 이보다 조금 작다수온은 25~27도로 따뜻한 4~8월 사이 수심 160m쯤 되는 그곳 해저 산봉우리에서 달이 없어 캄캄한 그믐밤에 떼로 모여 산란을 하는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민물장어는 애초 심해어였다가 경쟁을 피해 육지의 담수로 피신해 살지만 죽을 때가 되면 고향으로 돌아와 알을 낳아 자손을 번식하는 마지막 할 일을 다한다모든 것을 쏟아낸 어미 뱀장어는 커다란 눈과 꼬리만 남아 처음 바다를 떠날 때보다 몸무게가 5분의 1로 줄 정도로 수척해진다.

이렇게 종족번식의 사명을 다한 어미들은 산란 후 죽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바다에 살다 강에 와서 알을 낳고 최후를 맞는 연어와는 정반대지만새끼를 낳는 어미의 숭고한 사랑은 매 한가지인 것 같다.




산란 전 민물장어 성어

■ 민물장어의 이러한 신비로운 생활사 때문에 20세기 초부터 민물장어의 생태에 대해 많은 연구가 수행되었으나 아직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많아 미스테리로 남아 있었다한국을 비롯해 중국과 일본의 강에 사는 동북아 민물장어(학명 Anguilla japonica)의 산란장이 적도 부근 자다로 어렴풋이 밝혀진 것은 1990년대에 들어서이다.

이후계속된 노력으로 추정 산란장에서 2006년에는 3일된 난황을 가진 새끼를, 2008년엔 알을 품은 성어를그리고 2009년에는 알과 성숙한 민물장어를 발견함으로써 산란장을 알 수 없었던 민물장어의 생태는 베일을 벗고 있다.

동북아산 민물장어는 적도 부근에서 알에서 깨어 ‘렙토세팔루스(leptocephalus)’라는 투명한 대나무 잎(유럽에서는 버들잎으로 표현함모양의 댓잎민물장어 형태로 북적도 해류를 따라 서쪽으로 이동한 후쿠로시오 해류를 따라 6~12 개월 간 약 3000-6000㎞의 끝없는 여행을 해 오다가 대륙사면에 이르면 측편된 몸이 원통형의 민물장어 치어(glass eel)로 변태하여 한국과 중국일본의 연안으로 들어온다.

수정란에서 부화한 유생(렙토세파루스)은 반투명의 대나무 잎 모양(댓잎뱀장어)이며이것이 자라 투명한 민물장어 치어(glass eel, 일본명 시라스몸무게 0.15~0.18g)로 변태하며 이어 구로고, 0.2~2g 과정을 거쳐 성어로 자란다.

이와 같이 자기 어미가 자란 민물로 강을 따라 거슬러 올라가는 모천회유(母川回遊)를 한다는 것은 신비에 가깝다.

댓잎민물장어에서 원통형의 투명한 민물장어 치어로 변태할 때 몸길이가 7~8㎝에서 5~6㎝로 오히려 작아지고어미와 그 모양이 완전히 달라 옛날에는 다른 종으로 분류하기도 하였다.

댓잎민물장어는 대륙사면 밖에서만 채집되며변태 과정의 댓잎민물장어는 동중국해의 1,000m 수심보다 깊은 곳에서만 몇 마리가 채집되었을 뿐으로 자료부족 때문에 민물장어 유어의 대륙사면 변태기와 대륙붕 회유기에 대한 생태는 아직 자세히 알려져 있지 않다.

그러면 유영력이 약한 댓잎민물장어가 그렇게 먼 바다에서 어떻게 우리나라 하구까지 올 수 있는지또 매년 같은 양의 민물장어 치어가 올라오는지가 의문이다원래 민물장어는 바다에서 산란해 상대적으로 거친 서식환경과 많은 포식자를 피해 강으로 회유해 와서 성장하고 다시 산란을 위해 강을 내려가도록 진화해온 강하성(降河性, catadromus, 강내림물고기이다


적도 한가운데에서 태어난 민물장어 치어들은 6개월에서 1년여에 걸쳐 어미,아비가 살던 강으로 찾아오게 된다나침반도 없이 어떻게 길을 찾는 걸까자연의 신비는 아직 베일에 싸여 있다



민물장어 귀의 이석(耳石)에 함유된 스트론튬(Sr)의 농도가 길을 가르쳐 주리라 짐작되고 있을 뿐이다이를테면 민물장어는자신이 살던 강바닥 고유의 진흙 맛을 새끼들의 귀의 뼈에 새겨두는 셈이다. ‘엄마는 여기서  살았단다…’





민물장어의  회유 여정 3000km


■ 적도부근에서 부화한 민물장어 새끼는 북적도 해류와 쿠로시오 해류가 만나 염분이 다른 경계면을 따라 이동하여 우리나라 하구로 회유하게 된다이와 같이 동북아산 뱀장어 유생은 몇 만년 동안 계속하여 해류를 잘 이용하여 효율적으로 살아 남았고현재의 회유형태를 형성한 것으로 이해된다.

부화 후 2년까지는 암수 구별이 어려우며(체장 35㎝가 되어야 암수 구별이 가능하다), 자연에서 성장한 민물장어는 등이 아주 검지 않고 약간 노란색이며 배쪽도 약간 노란색을 띠나양식산은 등이 검고 배쪽이 흰색으로 자연산과 구분된다.

민물장어는 여름철 수온 20~32도 범위에서 새우곤충까지 잡아먹는 등 활발한 먹이활동을 하지만수온이 내려가면 식욕이 줄고 10도 이하에서는 거의 먹지 않으며 겨울철에는 진흙 속에 묻혀 지낸다수컷은 보통 3∼4암컷은 

4∼5년 정도 걸려서 어미로 자라지만 산란을 위한 이동은 대략 5~12년 사이에 한다산란 이동 시기 및 경로는 9월 중순부터 10월 중순 사이 하천의 하구를 통해 아무것도 먹지 않으며 산란지인 심해의 '고향'으로 돌아간다.

이렇게 민물에서 평균 5~7년간 생활하다가 성숙하면 바다로 내려가 산란한 후 죽는 것으로 추정된다민물장어 가운데 민물에 사는 것은 배 부분이 노랗게 되어 있어 ‘황뱀장어라 부르며 10~11월 가을에 산란하러 바다로 내려가는 놈은 ‘바람장어라고 불리는 ‘은뱀장어(silver eel)’이다.

민물장어의 전장은 60∼100생김새는 가늘고 긴 원통형을 하고 있다가슴지느러미 기조수는 15∼20, 척추골수는 112∼119개 정도얼핏보면 비늘이 없는 것처럼 보이나 실제로는 매우 미세한 비늘(원린)이 있고 옆줄까지 뚜렷하다체색은 사는 곳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등쪽은 암갈색 내지 흑갈색배쪽은 은백색 또는 연한 황색이다.